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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도도녀라면 대단히 럭셔리한 곳이나 우아와 기품이 묻어나는 곳을 주로 입출입한다고 상상하기 쉬우나, 실은 입출입 장소의 그 수준이 매우 들쑥날쑥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오전부터 동네 목욕탕에서 피부가 빨개져서 나오는가 하면 점심은 김밥천국에서 얼큰 라면을 드시고 편의점에 들려 깡통 커피에 양파깡 나부랭이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시어 먹다 말고 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다면 해질 무렵까지는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도도녀가 저녁 여섯 시경 집을 나설 땐 충격적일 정도로 몸단장을 하고 또는 화장발을 세우고 택시나 기타 운송수단에 의거해 어디론가 달려간다면, 달려가서 스타박스나 커피 빈이나 하는 곳에서 누군가를- 바로 사내를- 만난다면, 그 다음에 그 사내와 함께 장어집 또는 일식집 또는 한우집 또는 특 한정식집에서 반주와 함께 그 집의 특산품을 자신다면, 그리고 음악이 있는 와인 바나 또는 조명이 감겨오는 호텔 바나 또는 세련되고 잘빠진 것들이 앉아 있는 회원 바에서 위트가 있는 담소와 상쾌한 웃음과 가벼운 눈흘김을 날리고 있다면, 지나치게 울어대는 스마트폰을 한 대 때려주고 레스트 룸에서 살짝 눈화장을 고치기 돌아와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면, 당신은 언제 어느 장면에서 끼어들어야 할지 상당히 난감할 것이다.
당신은 식당이나 바의 플로어에 일단 서 있음으로써 화장실에서 돌아오고 있는 여자의 호기심을 살 수는 있다. 여자는 재빨리 당신 옆에 누가 있나 살펴볼 것이다. 그러한 고급식당이나 바에 남자 혼자 올 리는 만무한 것이다. 마침 당신 옆엔 외국계 비즈니스 맨 내지 우먼들이 웅성거리거나 지나쳐 가고 있다. 당신이 그들에게 미소를 보내면 그들은 틀림없이 그에 상응하는 미소를 보내온다. 그들은 미소를 남발하는 자들이다. 이리하여 당신은 사업체를 꾸리는 능력 있는 그리고 센스 있는 남자로 비칠 수가 있다. 그런데 우리 이런 짓은 하지 말자. 돈도 없고 쫙 빼입을 양복도 없고, 삼겹살집도 아니고 호프집도 아니고 참치집도 아닌 아예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는 그런 델랑은 잊어버리자. 놀던 대로 놀며 도도녀를 만나자. 오케이?
추리닝을 입고 마트에 온 여자를 생각해보자. 요즘은 동네마다 신세계며 롯데며 하는 대형 마트들이 있다. 거기가 바로 공략장소 1번이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