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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사람은?’ 이러한 의문과 느낌이 불쑥 와야 우연한 만남이라 할 수 있으며 거기엔 숙명의 냄새가 짙게 난다고도 보는 것이다. 내가 저 사람을 여기서 만난 것은 무슨 연유가 있지 않을까? 뭔가 고귀한 이유, 속세의 인간은 알 수 없는 신의 섭리에 따른 게 아닐까?
만약 그 자리에서 그러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먼 훗날 그 인간과 살을 맞대고 살 때에야 ‘뭐에 홀린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하겠다. 왜냐하면 뭐에 홀리지 않으면 이러한 무능력하고 냄새나고 허약하고 무책임하고 꼴에 남의 여자나 기웃거리는 인간과 눈이 맞았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맞는 얘기다. 뭐에 홀리게 되어 있는 것이 신이 애초에 설정해 놓은 차원 높은 섭리이다. 그러한 홀림의 과정이 없다면 세상 남자는 미인을 얻을 수 없고 가난뱅이는 아예 여자 구경도 못할 터이니, 신은 사랑이니 뭐니 하는 거로 여자의 눈을 기어코 멀게 만드는 것이다, 그 시기가 대체로 1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 사이로, 이 시기의 여자들은 그 남자가 하루 24시간을 넘어 25시까지 생각나며 자나 깨나 그 모습이 멋지면 멋진 대로 누추하면 누추한 대로 눈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이 얘기는 또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인연 맺기 즉 우연한 만남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그러니까 남자 입장에선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계획된 만남이지만, 어떤 계획성이 보인다 하더라도 여자는 그 점을 오히려 더 높이 치기도 한다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노력만큼 또 여자를 감격시키는 건 드문 것이다. 자기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남자는 올바른 일을 하고 있고 세상에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여자는 믿는다 하겠다. 그러한 남자라면 나쁜 남자일 수가 없고 정신이 똑바로 박혔다고 믿기까지 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가치는 무한대인데, 이 무한대의 무한한 가치를 알아보고 그 가치를 칭송하는 일에 돌입한 남자에게 칭찬과 격려를 하고 싶어지고 더욱 더 분발하도록 채찍을 가하고 싶어지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이론이 길어졌다. 그럼 세부항목으로 들어가서 먼저 어디서 어떻게 부딪칠 것인가 생각해 보자. 창문을 통해 자고 있는 여자의 안방으로 들어가는 건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지하철까지 쫒아가서 바로 옆에 앉는 것도 상당히 무리한 짓이다. 여자를 거북하게 하는 게 아니라 매혹시키고 두근두근 만드는 게 우연한 만남의 목적이자 방향이다. 자, 어서 시작해 보자.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