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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실속이 없는 도도녀가 세상엔 널리고 널렸다. 말 한 마디 못 붙일 것처럼 도도해 보이는 여자가, 오늘도 혼자서 떡라면 한 그릇을 사먹고 대출과 휴대전화 기기 교체 남녀교제 따위의 쓸데없는 문자만 잔뜩 보내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한숨짓고 있다는 사실은 여자를 밀착취재 하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버스와 지하철을 오르내리며 바쁘게 돌아다녀 봐야 돈 한 푼 안 쥐어주는 이 나쁜 놈의 세상에 대해 매우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다, 괜찮은 놈 치고 교제가 이루어지는 놈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하면서도 분개하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얼굴이나 몸매가 반반하다 보니 가는 놈 오는 놈 꽤나 접근은 해왔겠지만 실속도 없고, 실속이 없다 보니 상호 싫증내기 십상이고, 그 중에서는 반반이고 뭐고 ‘얻어먹을 거 없나’ 살피는 놈도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다 그만 두고 세상 남자 중에 진짜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숭배하는 남자가 없나 하는 작은 소망(큰 소망은 여전히, 멋지고 부자 인간이 죽자 사자 매달리는 것)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랑을 한 번 받아보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왜 울었는지 그러한 것도 따져보며, 그러한 남자를 자기도 좋아하는 기적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러한 소망을 마음 한편에 늘 품고 사는 도도녀에게 한 남자가 조용히 접근하는 것은 순리에 역행하는 일이 아니라고 하겠다. 그런데 여자는 보통 우연한 만남을 좋아하는데, 그 까닭은 그것이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세상 이치와 닿아있다고 여겨서 이다. 그래서 우연한 첫 만남, 우연한 재회, 심지어 우연한 이별까지 우연한 것들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우연한 만남은 다소 낭만적이어야 한다는 건 두 말 할 것 없다 하겠다.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이 남녀로 갈라지는 곳에서 만난다든가, 어떤 싸가지 없는 운전사와 길거리에서 삿대질 하고 있는데 그 앞을 지나간다든가, 짬뽕에 추가로 밥 말아먹는데 나타난다든가 이러면 곤란한 것이다, 모름지기 우연이란 신선하면서도 멋지고 숙명의 냄새가 짙게 풍겨야 하는 것이다. 자 그럼 우연을 찾아 떠나보자.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