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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그렇게 아내를 의심해서야 되겠냐고 했더니 요즘 남편 대하는 게 마치 퇴기 보듯 하고 애정의 눈길은커녕 싸늘한 냉소가 입가에 자주 머문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우울한 것은 남편이 뭐 하고 늦게 들어오든 상가 핑계대고 새벽에 들어오든 관심밖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한번씩 울화통이 터지는 건 아내가 그러고 다니는 게 다 자기가 뼈 빠지게 굽실굽실해가며 번 돈 아니냐는 것이다. 못 먹고 못 입고, 이 대목에서 나는 그의 말을 수정해 주며 `못 먹고는 아니지 않느냐. 삼겹살도 먹고 막회도 먹고 낙지는 또 얼마나 많이 먹느냐` 하니 `그거야 다 술안주 아니냐` 며 `하여튼 내가 못 입고 다니는 건 맞다`고 시시한 소릴 또 하는 것이었다. `남자가 뭘 입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여자보다 잘 입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가 그대를 만나 젊어서부터 고생하다 육체도 거의 시들어가고 마음도 한정없이 허한 이즈음에 바람 좀 쐬러 다니는 게 그다지 나쁜 건 아니다. 그것이 다 가정의 충전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소릴 해주었다. 그러자 `충전은 여편네 혼자 하고 자기는 계속 방전되어 밧데리가 다 해가고 있다`고 스마트 폰 같은 소릴 해대었다. 해서 `그대는 평생을 방전해 오지 않았냐?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모년 모월 모시 등 세 건이나 된다` 하였더니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남자에게 바람은 오락이지 다른 게 아니지 않냐` 하는 소릴 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편네가 사진 동호회 핑계로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그 골자인데 내가 그걸 어지 알겠느냐만은 평소의 그녀 성품을 보건대 다소의 일탈은 할지언정 사계절을 돌며 불을 지를 여자는 아니었다. 물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런 말이 오가는 와중에 동창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빨리 퇴근헤서 작은 아들 저녁밥을 해먹이라`는 마누라의 준엄한 분부였다.. 동창은 흐느껴 우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도 한 번 사진작가가 되어 그 표정을 카메라에 담아 보고 싶었다. (다음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