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신사(93) - 낮이냐 밤이냐

↑	우영창(소설가, 시인)

  여자들이, 외도가 파멸로 이어지는 줄 알면서 왜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언급한 바 있다. 드라마를 보라. 거기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며 식구 뒷바라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여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 된다 하더라도 오늘날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여성시청자들을 대리만족시켜 줄 수 있는지. 그게 그렇다. 드라마에서 각종 일탈을 일삼고 온갖 패악을 부리며기어이 욕구를 충족시키고 마는 여자들을 보며 욕을 하면서도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거. 그런데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허구헌날 그런 여자들만 들여다볼 순 없잖은가? `나도 한 번 좋아야지` 이렇게 해서 그 아슬아슬한 마음이 자리를 잡고 있다가 어떤 기회에- 사실은 별 기회도 아닌데 기회라고 생각하며 - 일탈을 꾀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엔 그저 차 한잔 또는 밥 한번. 여기서 차 한 잔 밥 한 번의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차 한 잔은 밥 한 번보다 위험한 만남이다. 남녀가 괜히 차를 한 잔 왜 마시는가? 계약이나 부탁이나 그런 게 아니면 차를 마시며 마주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 허나 밥은 밥 때가 되었으므로, 어차피 먹어야 하니까, 찌개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다. 이런저런 연유로 자리가 가능해진다, 그러고 나서 커피로 이어지면 이 커피는 차나 한 잔 하고는 다른 것이다. 소위 입가심이라는 거다. 그리고 식사 후의 차 한 잔은 상식이라는 거다.
그런데 이 밥도 낮이냐 저녁이냐의 차이가 잇다. 낮은 좀 더 위험하다. 남자가 직장이 있어 그 근처에서 밥을 먹는다든가 해서 남자가 얼른 직장으로 들어가게 되면 얘기는 심플하다. 여자는 부른 배를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된다. 허나 자유업 내지 백수라면 이 남자는 대낮부터 무한한 시간을 확보한 채 여자에게 접근하게 된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나 한 편 또는 드라이버나 한 두어시간, 또는 아예 퍼질러 앉아 마시며 시간을 죽이는데 이들 커플은 훗날 대낮부터 모텔을 드나드는 커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직장인끼리의 만남은 그야 말로 촌음을 다툰다. 저녁에 만나 식사를 하다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기 마련이다. 이들은 탐색전 할 시간도 없이 일을 치를 성사가 크다 이들은 다음날 또 출근을 해야 하므로 빠른 작업과 그만큼의 휴식이 필요하다. 이들은 주로 금요일을 선호하는데 금요일 거리는 엄청 붐비고 음식은 비싸고 모텔비도 올라간다.
  요즘은 모임을 활용하기도 한다. 남의 눈도 있고 해서 동호회라든가 하는 모임의 성격에서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만난다고 자부하며 동호회의 눈을 피해 만나는 짜릿함도 만끽한다. 아무튼 여러모로 남녀의 은밀한 만남은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으며 일부 여자는 파멸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가고 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