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세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고 흔히 여자들이 말하고 있다. 어느날 정신차려보니 젊은 날은 가고 주름진 얼굴만 거울에 비치더라고 한다. 자식 키우랴 남편 뒷바라지 하랴 그것도 모자라 생계에 보태고자 각종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몸과 정신을 혹사하고 보니 남는 건 망가진 몸매와 지쳐가는 영혼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남편은 뭐라고 말하는가? 다정한 말 한 마디는커녕 `쓰레기 왜 안 갖다버렸어?` `지금 몇 신데 아직도 밥 안 주냐?" 또는 텔레비전 속에서 요동치는 어린 여자들의 몸매에 넋이 나가 입을 헤 벌리고 앉아 양파깡 부스러기나 흘리는 게 남편 아닌가? 이런 남편을 지금까지 뒷바라지하며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져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이윽고 우울증까지 찾아오려 한다. 우울증에 대해서 완전 무지한 남편은 `우울증? 일을 해 봐 그딴 게 찾아오나?` `할 일이 없으니 배불러서 그런 게 찾아오지` 이렇게 치부하고 만다. 우울증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겪을 가능성이 농후한 현상이다. 여자들에겐 무한 수다와 장기간 쇼핑, 드라마 몰입 등이 우울증을 피해가거나 완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가외의 시간을 내서 직접 몸으로 뛰는 `외간 남자 만나기` 같은 건 그와는 다른 문제이다. 여자에게 외도란 자칫 가정 파탄과 자식과의 생이별을 각오해야 할 만큼 위험한 도박이기 때문이다. 일탈에서 오는 정신적 쾌감과 허기졌던 육체적 충족의 대가로 매우 가혹한 것을 요구해오는 게 이 사회이다. 물론 남편 따윈 우습게 알고 죄책감 따윈 엿먹어라 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는 신여성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들도 외도에 있어서 남성이 누리는 자유와 면죄부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아직 멀었다 하겠다. 남자는 하룻밤 외도를 하여도 어디까지나 집 안의 가장이다. 그러나 여자는 소속감이 불투명해진다 하겠다. 정신과 육체 모두 소속이 불확실하며 망명정부의 국민처럼 본격적인 방황이 시작된다 하겠다. 그리고 파멸을 향해 가는 것이다 .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