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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그 중에서도 유부남과 유부녀의 만남, 이들에게서 우리가 연상하는 건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하겠다. 유부남과 유부녀가 만나면 무엇을 하는가? 만나서 차 마시고 드라이브 하고 밥 먹고 술을 곁들이고, 노을이 질 무렵 또는 노을이 지기 전 거주할 곳을 찾아 잠시 몸을 뉘이니 이때 육체관계는 따라오는 것이며 모든 것이 끝난 다음의 고즈넉함과 약간의 막막함도 온전히 그들의 것이다. 대저 남자란 욕구의 충족이 마무리되는 즉시 그 장소를 떠나 다른 신천지로 재빨리 피신하거나 혹은 몸은 그 자리에 있되 파트너가 신속히 떠나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원래의 신분, 고독한 늑대가 되어 좀 전의 파트너보다 더욱 더 외로운 영혼, 더욱 더 외로운 육체를 갈구하며 조용히 앉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에게 남자는 항상 그 남자, 다름 아닌 좀전의 남자, 지금 보고 있는 남자, 또는 금방 헤어진 남자 바로 그를 말하는 것이다. 마음 속에 두 남자를 담아두는 것, 내게 열락의 시간을 준 그 남자를 지우고 새 남자를 꿈꾸는 건 일반적인 취향이라고 할 수 없다. 한 남자를 생각하며 가슴이 터져나가는 게, 여자의 소망까진 아니더라도 속성이자 자아의 정체라 하겠다.
해서 여자가 바람나면 가정을 팽개치고 아이들도 버리고 심지어 자기자신조차 방기한 채 모든 걸 끝낸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꿈이 깨면, 모든 것이 한바탕 꿈이란 걸 깨닫는 순간 이미 망가진 가정,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체감하며 아연실색하는 것이다. 소위 불륜의 대가는 심상치 않다. 파괴된 가정, 텅빈 은행 잔고,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가슴으로 망연자실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헤어날 수 없는 유혹에 빠져 들어가면서도 결초 그렇게 되지는 않으리라는 막연한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는데, 때로는 그러한 기미를 느끼면서도 장님이 된 것처럼 파멸을 향해 가는 게 또한 여자이다.
그러나 많은 주부들이 차라리 파멸될지언정 이 무미건조하고 답답한 삶에서 탈출하고 싶다 는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녀들을 그 질이 좋지 않은 남자들이 망가뜨리기 전에 올바로 인도할 남성 혹은 남편이 진정 필요하다 하겠다. 그들을 어떻게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게 하고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에 직면하지 않고서는 남자가 가정을 제대로 꾸려간다고 할 수는 없다. 이는 남자라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될 문제다. 내 말이 의심쩍으면 드라마의 꽃미남에게 넋이 나가있는 여편네의 얼굴을 한번 자세히 쳐다보시라.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