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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공원에 옵니다," "아, 네."
사내는 공원에 온다고만 말하였고 고대해 역시 왜 오는지, 주로 몇 시에 오는지, 항상 혼자 오는지, 와서는 오늘처럼 어떤 사진 모델이 있으면 일단 말을 붙이고 보는지, 그러한 것들을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물어보기는커녕 잘 들었다 그 정도로만 표정을 깔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생각도 좀 하고 걷다 보면 응어리 진 게 좀 풀리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뭔 생각을 하는지, 응어리지다니 그게 뭔지 같은 건 물어보지 않았다. 또는 저도 그래요, 같은 소리도 하지 않았다. 대신 `네에` 하고 약간 말을 길게 빼는 정도에서 그쳤다. 사내는 그래도 그러한 대답이라도 들은 게 다행이라는 듯, 그대 같은 여인이라면 대답하는 게 얼마나 귀찮고 성가시겠나 그러니 그 정도 응답도 내개는 과한 것이다 그런 표정으로 고대해를 살갑게 응시하고 있었다.
"지하철이 여기까지 들어와 있네요."
고대해는 중요한 정보를 이제 알았다는 듯 마치 독백처럼 말하였다. 사내는 이것이 정보이든 정보가 담긴 독백이든 고대해의 입술에서 긴 문장이 흘러나왔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토록 긴 문장을 말씀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시냐는 등, 긴 문장을 발설하시고도 피곤한 기색을 감추시느라 얼마나 고통이 심하시냐는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인간 대우를 해주며 어쩜 사내로 생각한다는 기색을 언뜻 내비치지 않았냐는 물음을 품고 있었다. 사내는 "저도 지하철을 타고 올걸 그랬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사내는 승용차나 버스나 택시를 타고 왔다는 정보를 흘리고 있었고 승용차라면 차종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남겨두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