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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같으면 한 사람과의 만남과 관계 그리고 그 이별의 과정만 해도 대서사시요, 그 여운이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당사자들뿐 아니라 보거나 전해 듣는 자들도 깊은 인상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들이, 그들 중 한 사람이라도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하면 그것은 수많은 번뇌와 갈등, 그리고 조심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어있었던 바 그러고도 매우 더디게 새로운 만남을 선택하여 또 다른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이었다. 이에 홀로 남은 상대방은 전 연인의 새출발을 원망하면서도 멀리서 축하를 보내고 만약 그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면 홀로 산사나 교회나 성당을 찾아가 경건하고도 고통스러운 밤을 지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로맨스와 상관있는 것으로, 로맨스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여인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대해는 로맨스란 말에 대해서 어딘지 모르게 다른 냄새를 맡고 있었다. 좀 짙은 향수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불륜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모텔의 욕실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러한 비슷한 냄새가 나는 걸 캐치하곤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그 뒤의 리얼리즘 또한 7,80년대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낭만주의나 환상주의 이러한 것에 반해 구체적인 땀냄새 나는 실상을 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리얼리즘이 없다’ 이런 말은 삶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허공에 뜬 이야기다 이런 뜻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동영상 제작자는 삶에 뿌리를 둔, 그런 건강한 이야기를 그리는 연출자인가, 여기서도 우리의 고대해는 예리하게 또 다른 냄새를 맡고 있었다. 리얼리티, 즉 사실성이 있다. 뭔가 남녀사이의 구체성 같은 걸 떠올린 것이다.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육체와 육체의 부딪침, 살과 살이 타는 그러한 농염한 현장의 냄새를 맡고야 만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로맨스와 리얼리즘은 묘하게 친밀성을 갖고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고대해는 이제 남자에게서 신사와는 다른 느낌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심호근 keunee120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