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그러나 오늘의 동영상 40대 제작자와 고대해 모델의 경우 그러한 의례적인 공식이 깨져 있었다고 봐야 했다. 왜냐하면 음식이 나왔을 때 동영상 제작자는 탐색하듯 한 두 점을 조심스럽게 맛보았으나 고대해의 경우 젓가락을 뻗어가는 속도와 각도 그리고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앞에 아무도 없는 듯 아니면 친한 친구나 가족 중의 누가 앉아 있는 듯, 먹는 거 외에는 별 목적이 없는 자리인 듯 그렇게 일견 우아할 정도로 태평스럽게 행동한 것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차이는 외부에서 볼 땐 더욱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누가 갑이고 을이며 누가 계약 당사자고 누가 상이고 하 인지 명증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는 계약관계가 아니더라도 누가 심리적으로 긴장하고 있는지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한편 고대해의 이런 자연스러움은 천성적인 것이어서 남자도 상당한 감동을 받았으며 그녀의 그러한 태도는 곧 남자에게도 전염이 되어 자리의 긴장을 한껏 풀어놓는 효과를 거두고있었다. 그런데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는 이런 방심한 듯한 여성의 모습이야 말로 흔히 공략하기 쉽다고 하지만 실은 내공이 깃든 쉽게 공략할 수 없는 고수의 자세라는 점을 알아 둬야 했다. 그러니까 저런 자세는 허물어지기 전의 자세가 아니라 언제든지 강력한 무기로 변신할 수 있는 자세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남자의 결정적인 무기가 하나 있으니 바로 술이었다. 강력한 마취효과가 있는 술은 예로부터 여성의 입에 들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남성들이 차후에 신체접촉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고 훗날 에피소드로 간직하고픈 밤들을 즐비하게 하였다. 특히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맥주보다는 소주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으니 오늘의 메뉴가 소주라는 건 이 강인한 여전사 고대해도 허점을 보이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하였다. "한 전 드시죠." 남자는 오래 기다려 왔다는 듯 바로 이 말을 고대해에게 하였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