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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해가 한 이 말은 어떤 가격대의 메뉴를 선택할 것인가 사뭇 긴장하며 서 있던 여종업원에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종업원은 좀 더 고가대의 메뉴를 선택하도록 적극 권하지 못한 자괴감이 뒤섞인 얼굴로 "에이 코스요?" 하고 한 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거쳐봐야, 뭘 또 묻느냐는 표정의 고대해의 단호한 얼굴만 확인할 따름이었다.
동영상 제작자인 40대 남자와 위압적인 몸매의 모델 고대해가 유명 한정식집에서 1인 당 35,000원에서 95,000원까지 나열되어 있는 차칸 메뉴를 둘러싸고 서로를 배려하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은 결국 매출 정체와 월급 동결이라는 차가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손님이 어떤 가격대의 메뉴를 주문해도 내색 없이 공손하게 대하라는 주인의 엄명이 있었고, 최근의 심상찮은 경기 하락세로 보건대 자칫 그마저도 못 팔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가게 내부에 팽배해 있었다. 에이 코스라 하더라도 `하긴 우리 가족이 식당에 가면 이 정도라도 먹겠나, 아 우리 아이에게 한번 먹여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종업원에게 이런 생각까지 들게 하는 메뉴 아닌가. 에이 코스에 저렴한 소주라도 하나 곁들여 먹으면 7만 5천원에 해당하며, 그 가격에 근접하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다음에 다시 한번 찾아주게 되는 것이다. 해서 `에이라도 많이만 팔아라. 시 코스 한 개 파는 것보다 에이 두 개 파는 게 낫다.` 이런 계산법에, 손님이 북적대며 얻게 되는, 손님이 손님을 부르는 부수적인 효과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부자들일수록 10만 원 이하로 한 끼를 해결했다는 만족감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그들은 차후 가족 모임을 여기서 가지는데 와인 몇 병을 곁들임으로써 50만 원 이상 결제하는 자들이 되는 것이다. 자기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돈도 아깝지 않다는 고귀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에이 코스 음식이 차례차례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가벼운 들깨죽에서부터 양삼치 버무림 같은 것과 바비큐 스타일로 익힌 수육 등이 나오며, 두 사람은 긴 젓가락으로 한 점 씩 맛보았다. 동영상 제작자는 만약 오늘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어느 분식집에서 순두부백반을 드시거나 아니면 설렁탕에 두 가지 김치를 곁들여 저녁을 해결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허나 남자는 우연찮게 고대해라는 좀체 만나기 힘든 여성을 만나 현재 음식을 맛보며 또 대화를 맛보고 있게 된 것이다. 그녀의 살 떨리는 오묘한 눈빛을 마주 보며.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