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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해가 한 말에 대해서 이토록 긴 말을 늘어놓는 동영상 감독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마치 자신 속의 예술가를 그녀가 불러주었다는 듯, 참된 예술가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는 만사를 잊은 것 같았다. 흥행도 제작의 어려움과 연출의 고단함도 캐스팅의 지난함도 다 잊고, 예술 그 앞에 선, 순수한 영혼의 빛깔을 띤 한 인간으로 이 시간을 맞아하고 있는 듯하였다. 이런 그를 보며 고대해는 특별히 할 말도 없고 해서 술이나 한 잔 마시자 그는 더욱 고무되는 듯했다.
“예술, 그 말은 최근 수십년 간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조롱거리로 사용하고 있어요. 들어보셨을 겁니다. 예술 하냐고? 그럴 때마다 전 사실 대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 고 ‘지금 예술한다’고, 왜 말 못 합니까? 예술 하는 것이 오히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가 되는 사회, 바보 취급받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조롱을 받으며 예술을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고대해는 말없이, 아까 아껴두었던 수삼을 한 뿌리 먹었다. 수삼을 남겨 물 수는 없었다. 수삼을 한 뿌리 먹고 술도 한 잔 더 마셨다. 사내라고, 그래도 하나 앉혀 놓고 마시니 아예 없는 것보단 그래도 술맛이 났다. 고대해는 한 마디 하여야 했다.
“글쎄요. 의미라기보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 아닌가요?”
이 말은 좀 충격을 준 듯하였다. 사회적 의미라든가 사회적 파장이라든가, 개인의 성숙이나 발전, 인격 도야, 영혼과 물질의 투쟁, 이러한 말이 나오지 않고 지 좋아서 하는 것 아니냐는 매우 심상한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서 남자는 두 번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렇군요.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지요. 예술가의 시대적 책무라는 게 없다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지가 좋아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군요.”
“아가씨. 이거 좀 더 줘요,” 고대해가 수삼을 더 달라고 지나가는 종업원을 불러 세우는 바람에 대화는 여기서 끊겼다. 감독은 고대해가 종업원이 가져온 수삼 한 뿌리를 더 먹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저 여잔 저걸 왜 자구 먹을까, 그러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