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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전격 선언에 대해 고대해는 눈을 끔벅끔벅하다가 “뭘 함께해요?” 하고 실소를 하고 말았다. 참으려 했으나 참지 못하고 만 것이다. 근데 그럴 만했다. 함께 하기로 했다는 등 감독이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늘어놓았던 것이다.
“저는 지금 첨 듣는 얘기인데요?” 고대해가 말하자 감독은 “그래서 지금 제가 제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저의 차기작에 출연해 주십사 하고요.” “그 누가 이 여자를 두려워하지 않으랴? 에 말씀이시죠?” “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제목이지요. 바로 그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주십사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 여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주인공이군요. 여주인공과 주인공 이 둘의 차이는 사실 상당한 것입니다. 왜 공공칠 영화 있잖습니까? 거기 여주인공 즉 본드 걸로 출연한다고 해서 여주인공이 곧 주인공은 아니죠. 배트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영화의 여주인공은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남주인공의 역할을 대체할 수준까진 아닙니다. 베드신의 경우엔 주도하는 경우가 있지만 말입니다. 물론 그렇게라도 여배우가 나오지 않으면 남자관객들은 볼 생각을 하지 않지요. 여자친구가 보러 가자고 할 때 그 영화에 어떤 여배우가 나오는지 재빨리 파악하는 게 남자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런 각도에서 볼 때 이번 제 차기작의 역할은 남녀 통틀어 주연을 꿰차는 거지요. 즉 신은경씨가 출연한 조폭 마누라에서 주연이 누구입니까? 단 한 사람 신은경 씨 아닙니까? 단독 주연, 그만큼 영화 전체를 끌어가는 핵심 인물로서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배역이죠.”
이번에는 감독은 매우 길게 발언하였다. 요지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이거였다. 그 한 마디디를 하기 위해 감독은 자신이 알고 있는 영화 지식 전부를 총동원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이런 남자의 영화란 연출에 있어 수식이 지나치게 많아 전체적으로 깔끔하지 못하고 질질 늘어지는 게 아닐까? 관객들이 하품하다 영화가 끝나지 않을까 싶었다. 허나 고대해는 그러한 말은 삼갔다. 매우 긴 설명에 많이 알아들었다는 표정으로 감독을 조용히 응시하였다. 감독은 하도 말을 많이 해서 아직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로 고대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떨어지나 기다리고 있었다. 할 거냐? 말 거냐? 감독의 두 눈은 기대감과 공포심이 번갈이 교차하며 타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고대해가 입을 열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