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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으랴 라는 작품입니다.’ 그러면서 감독은 고대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보통 여자 같으면‘ 어머 왜 이러세요? 라든가 또는 그런 눈빛을 보내든가, 대가 센 여자 같으면 왜 보니? 30초 이상 여자의 동일 지점을 주시하면 보면 성폭행인 거 몰라? 하고 말하든가 또는 그런 눈빛을 보내든가 할 터인데, 고대해는 보거라 보고 싶으면 보고 니 꼴리는 대로 해라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감독은 의미심장한 시선을 좀체 거두지 않더니
이 제목에서 뭔가 느끼는 게 없냐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표정 뿐 아니라 말로도 했다.
“뭐 생각나는 게 없습니까?“ ”제목에서요?“ ”네, 떠오르는 게 있을 법 한데요.“ 하고 짓궂은 듯한 미소까지 띠었다. ”전작이 누가 남자를 두려워 하리 였다면서요. 누가 봐도 후속작으로 생각하겠네요.“ ”아 그야 그렇습니다만 제 얘긴 그런 건 아니고 뭔가 제목에서 개인적인 느낌을 받지 못하셨나 여쭈어 보는 겁니다.“ ”개인적인요?“ ”네, 개인적인. 즉 혹시 이것이 누구와 연관이 되어 잇다는 것 같은...“ ”연관이라면 남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스타일의 그런 연상을 하게 되는 여배우를 말씀 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생각나는 배우라도?” “국내 배우라면 심도진 유하나 같은 배우가 아닌가요?” “하하. 그런 배우가 생각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검증된 배우보다 이번에는 모험을 좀 해보고 싶습니다.” “모험을요?”
“네 모험이지만 무작정 하는 모험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저는 판단이 섰습니다.” 하고는 지그시 한번 고대해를 응시하였다.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고대해는 이 남자가 지금 출연제의를 하려는 거구나 하는 직감을 가졌다. 해서 제목 그대로 누가 감독을 두려워하랴!는 것처럼 무심히 감독의 눈빛을 되받아 주었다. 감독은 이러한 제의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나 흥분이나 설레임 등의 반응이 없는 여자라면 과연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확신을 가진 것 같았다. 이런 담대한 여자야 말로 남자를 두려워하지 않을 뿐더러 남자에게 두려움을 안겨줄 수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고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고대해는 감독의 그 표정 그 확신 등을 무덤덤하게 내버려두고 있었다. 아까 먹으려다 만 반찬 한 가지를 무심히 집어 조용히 씹을 뿐이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