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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도 바라다 주는 남성에 대한 듬직한 인상과 함께 운전 뿐 아니라 뭘 맡겨도 목적지까지 잘 운행하겠구나 하는 믿음을 갖게 된다. 물론 요즘은 여성도 차를 많이 갖고 다니기에 바라다 주겠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휑하니 차를 몰고 가버리는 여성이 적지 않다. 그냥 택시 타고 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지하철을 이용해 안전하게 가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아무튼 남들이야 어떻게 가든 동영상 제작자는 고대해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본인이 거주지가 강동구라고 밝혔고 일단 강동구까지 그녀를 태워주고 ‘강동구 어느 동입니까’ 물은 다음 거기까지 또 바라다 주게 되면 그녀가 ‘내려서 차나 한 잔 하고 가시라’는 말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남자는 보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분위기에서 새로운 시간이 또 펼쳐지는 것이다. 이미 누적된 낭만적 시간의 층에다 새로운 특히 집 근처라는- 여자들은 집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고 누군가 주장한 바 있다. 그와는 달리 남자들은 특히 유부남은 집이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 남자가 무엇을 들고 들어오나, 주머니에 무엇이 들어있나, 오늘은 통장에 입금된 흔적이 있나 이런 걸 여자들이 간파하려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안정감이 더해지며 여자가 마음을 여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라다 드리겠습니다.” 남자가 이 말을 하는 데는 그들이 걸은 지 약 5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아니에요.’ 이러한 대답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아닙니다, 당연히 바라다 드려야죠.’같은 대답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남자는 고대해가 말은 안 하고 그냥 흘낏 바라만 보고 계속 걸어가자 크게 당황하였다. “저어. 댁까지.” “알았어요. 근데 차가 어디 주차장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음주 상태인데.” “아, 물론 운전은 하면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 대리를 부를 겁니다.”
“댁까지 가시려면 너무 돌아가는 것 아닌가요?” 고대해는 사무원처럼 또박또박 말했다. 배려라기보다 사실이 그러하냐 아니냐 캐묻는 거 같았다. 여자가 나긋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고대해는 그 점이 다소 부족했다. 대신 화끈한 건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