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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보기에 ‘누가 이 여자를 두려워하지 않으랴’ 라와 같은 회심의 작품에 고대해가 출연할 생각이 굴뚝같다고 판단되기에 이르렀다. 곁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속은 매우 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그러했고, 그들은 조그마한 배역에도 애가 타거나 꼬리를 치거나 심지어 육탄공세를 퍼부어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는 못해온 것이, 한정된 배역, 한정된 필름, 한정된 자본에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자본에 참여하겠다는 여자가 나타나면 최대한 배려를 하기는 하였다. 그것이 지분 참여 성격이건 개인적인 대여 성격이건 또는 무상 원조 성격이건, 그 자본이 투하되어 하나의 예술이 탄생하는 과정은 또 하나의 예술, 즉 자본의 예술이라 할 만 했다. 그러나 고대해에게 그러한 자본의 예술에 대해서 설파한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행위가 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냥 앉아 있어도,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라도 좌중을 압도할 존재감이 확연한 이런 여성에게 자본 성격의 발언, 즉 상당한 출연료를 드리겠다는 그런 제안이 아닌 자본 참여를 권한다는 건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행위일 것이었다. 오랜 경험에 의해 동영상 제작자는 여자가 어느 순간 즉 로맨스가 무르익으면 저절로 지갑은 열린다고 보는 것이 일관된 견해였다. 지금은 오직 그녀의 환심을 사는 데에 열중해야 할 시기였다.
“그만 자리를 옮길까요?” 남자는 하나의 제안을 하였다. “어디 또 가시게요?” 이것이 고대해의 대답이었다. 당연하지, 처음 본 남녀가 식사나 했으면 되었지. 또 어디 가자는 것인가? 또 그렇게 권한다 해서 그 자리에서 네에 하고 대답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고대해도 여자는 여자였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