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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무였던 대리기사의 사연
전주에 우린 냉혹한 ‘사회의 법칙’에 대해 말하며 먹물냄새 나는 남자의 과거를 캐들어간 적이 있다. 대리기사를 하고 있는 먹물 냄새 나는 남자가 과거에 대기업 상무였다는 점, 하청업체로부터 이런 저런 선물을 챙기고 30대 여자를 애인으로 두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말한 바 있다. 그 애인이 임신하였다고 큰소리치고 돈을 챙겨 떠났다는 것, 그리고 배가 남산만해져서 다시 돌아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그리하여 남자는 여자를 만나러 갔고 이번에는 유전자 검사 운운 하는 소리를 서로 주고받기에 이르렀고, 결국 여자의 기세를 꺾을 수 없었던 남자는 여자가 어디 멀리 가서 조용히 살도록, 아이를 낳고 그게 딸인지 아들인지 알리지도 말고 모녀가 또는 모자가 오롯이 살아가도록 많은 돈을 준비해야 했다. 여기서 남자의 패착이 나왔다. 예금 깨고 주식 깨고 부동산 내놓고 해서 위자료를 마련하지 않고 또는 목돈이 안되면 할부식으로 여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감히 공금을 건드린 것이다. 자기 재산을 깨는 게 아까웠던 남자는 공금을 잠시 굴려 위자료 정도 되는 돈을 마련해 여자에게 주면 만사가 오케이 일 것 같았다. 남자는 공금을 어떻게 굴려야 돈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잘 아는 게 병이었다. 예로부터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 잘난 체 하다가 사고를 치는 법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세끼 밥이나 먹고 살며 소주나 한 잔 하고 마누라 잔소리나 들으며 살아가는 것인데 잘난 사람들은 인생의 극적인 전환을 맞기 위해 뭔가 일을 공구하는 법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대기업 상무는 잘나도 너무 잘났다. 공금을 유용해 한바퀴 굴려 여자에게 줄 위자료가 챙겨지자 그만 더한 욕심이 생긴 것이었다. 이 기회에 한바퀴 더 돌려 재산을 더욱 불리자. 여자가 어디 너뿐이냐. 새로운 돈으로 새로운 여자를 만나 새로운 쾌락과 인생을 살자. 이런 생각을 품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남자가 무슨 생각을 품건 한바탕 꿈일 경우가 많은데 이 남자는 꿈을 현실화하기로 하였으니 그것이 돈으로 여자로 둔갑하기를 바랐던 것인가. 지금 뒷좌석에 남녀를 태우고 대리운전하고 있는 남자의 사연은 이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어찌해서 파멸하였는가. 그 이야기는 나중에 들어보자.
이와 같은 남자를 대리기사로 차를 몰게 하면서 뒷좌석에서 대화와 간간이 신체적인 접촉을 하고 있던 동영상 제작자와 모델 고대해는 밤이 본격적으로 깊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