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윤 한 로

수도국산
별도 담고
달도 담고

망둥이 비린내 나는
너구리
이빨 빠진 밥 그릇

오늘은 아침부터
빨간 장국밥 훌훌 말아
저는 두 숟가락
우리는 한 숟가락

너구리 아부지  
빵에 갔다 나왔다아
별 한 개 달았다아


시작 메모
옛날 사람들은 개떡 쪼가리를 먹고도, 도포를 지을 때 반달로 깃을 달고 무지개로 선을 둘렀다. 아니다. 개떡 쪼가리를 먹고 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늘을 통째로 가져다가 아름다운 옷을 지을 수 있었다. 수도국산 살 때 너구리네는 개떡 쪼가리를 먹고 살았는데 맘씨가 아주 좋았다. 가끔 너구리는 특별한 날, 이빨 빠진 사기 밥 그릇에 새빨갛게 장국밥을 말아 들고 나왔는데 우리들한테 꼭꼭 한 숟가락씩 퍼 주었다. 너무 맛있었다. 그런 너구리가 크면서 얼굴이 좀 길어지고 담배를 피우고 호주머니에 칼을 넣고 다니고 시내에 나가고 하더니 나중엔 빵에 간 모양이었다. 아, 아.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