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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윤한로 시
들꽃
                윤 한 로



홀로 있어 아름답네
끼리끼리 있어 또 아름답네

지 어여쁜 줄 모르니
즈이 잘난 줄 모르니

더욱 어여쁘네
꼬라지들하곤!

바가지만큼이나 좋아라
지게작대기만큼이나 좋아라

그러니까 홀로이 놔두지 말라
끼리끼리 막 피게 말라




시작 메모
끼리끼리 피어도, 홀로 피어도, 막 피어도, 다 쇠빠져도, 아름다운 것들. 달개비, 패랭이, 뚱딴지, 둥근잎꿩이비름, 쑥부쟁이, 여뀌, 노루발, 망초, 개망초, 괴이불알, 갯패랭이, 노루귀, 노루오줌,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꽃보다 이름이 더 이쁜 것들.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한 오막살이에, 고만이니 언년이니 얌전이니 간난이니 점순이니 섭섭이니 큰년이니 작은년이니 무녀리니, 왜 우리네 어여쁜 누이 동상들 있지 않았냐.
 
출 판 일 : 2017.11.02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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