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골길
윤 한 로
다리 휘고
허리 굽고
낯 누렇게 탄 이들
떨떠름,
잘 웃을 줄도 모르데
접때 가물들어
줴,
말라비틀어져 죽을지언정
심거야쥬
벌거지들도 먹고살아야쥬
헛일이라도 해야쥬
아직도 이런 이들
사는 데
우리 이사 잘 왔소
시작 메모
진종일 약 주고, 거름 내고, 가지 치고, 풀 뽑고, 꽃 따고 해서 지친 분들 눈에, 눈엣가시 되지 않기. 깔깔 크게 소리내어 즐거워하지 않기. 아내와 둘이 붙어다니지 않기. 적어도 대여섯 걸음은 떨어져 다니기. 상추 뜯어가라고 할 때 상추 뜯어가고, 오이 따가라고 할 때 오이 따가기. 땀 뻘뻘 흘려 일할 때 논둑, 밭둑 가로지르지 않기. 누구한테나 허리 굽혀 꼭꼭 먼저 인사드리기. 내 나이 어린 줄 알고, 반말 써도 고까워하지 않기. 이분이 이렇게 하라면 이렇게 하고, 또 저분이 아니다 저렇게 하라면, 또 그렇게 하기. 두 번, 세 번, 열 번이라도 말씀에 귀 기울이고 곧바로 실행하기. 조금이라도 거들먹거리지 않기. 요란떨지 않기. 특히 몸에 너무 딱 맞는 옷 입지 않기. 될 수 있으면 풍덩하고 헐렁한 옷 입기. 그리고 축사 냄새와 친해지기. 마지막으로 커피보다는 율무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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