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윤 한 로
그때
나는 내 시들을
잡시
졸시
천박스럽다 천시
또 동시
라고 묶었지 나 자신 나를
한껏 바닥만큼 낮춘 줄 알았지
그게 웬걸,
텅 빈 껍데기뿐인 걸
낯 뜨겁고 마음 아프다
약았구나, 내 너무
지금에사
드러나길
시작 메모
몇 해 전 나는 첫 시집에서 내 시들을 잡시, 졸시, 천시, 동시 들이라 이름지어 묶었다. 정말 화끈거린다. 수수하게 절망이니, 안개니, 바람이니, 별이니, 하다못해 무제 따위든 붙이면 됐는데. 굳이 ‘잡스럽고’, ‘졸렬하고’, ‘천박스럽고’, 나아가 ‘아직 어리숙하다’ 했으니. 다신 그러지 말자. 그런 표현 우리 같은 사람들 함부로 쓰는 게 아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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