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지
                    윤 한 로

뭐 먹냐
해 먹는다 달도 먹지
그래 장닭 볏처럼 온통 붉지

뭐 입냐
훌렁 벗지
아주 발가벗지

뭐 하냐
똥 누다가 잠자다가
똥 누지

뭐 배냐
일자무식일레
천하에 에미 애비 모르는
후레자식이다

뭐 잡았나
왜 용강 *이시미란 놈
애개개 한주먹에 때려 뉘였다

어딜 가남
꼴고 지고 꼴고 대고
저기 평안도 평안 감사 대부인네 상여 매라

게 어찌 매남
아따 귀찮시러
울룩불룩 불두덩이로 번쩍 받쳐들고 말지라

그럼 세상 뭬이 무서울 게 있더나
송사리 떼 경장히 무섭단다
이이, 시냇물 건너다가 내 불알 땡금줄 깨물려 혼났구나

* 이시미 : 꼭두각시 놀음에 나오는 이무기. 사람들을 잡아먹고 또 홍동지 외삼촌인 박첨지 낯짝 한복판을 물어뜯었다가 홍동지에게 때려잡힌다.

시작 메모
아침마다 내가 바치는 성경 기도문 구절 중에 ‘해야 달아 주님을 찬미하라. 비와 바람아 주님을 찬미하라. 이슬아, 얼음아, 서리야, 추위와 더위야, 세상 살아 있는 모든 것들아, 존재하는 모든 것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하는 내용이 있다. 언뜻 읽으면 그저 그렇지만 깊이 묵상을 하면 너무 아름답다. 가진 게 없어, 가진 거라곤 오로지 불두덩이 두 쪽 밖에 없는 밑바닥 것들이야말로 이렇게 하늘을 알고 하늘을 노래하고 하늘과 통한다. 땡전 한 푼 없지만, 배운 게 없지만, 잠이나 자고 그저 똥이나 누고 할 것 같지만, 노상 발가벗었지만 해가 먹이고 달이 먹이고 바람과 이슬과 서리가 덮어 주리라. 하늘이 죄 알아 먹여 주고 힘도 주리라. 천하디 천한 그래서 싱그런 것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