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 한 로

육칠 교시 문예창작과 강의가 끝난다
구레나룻 허연 늙은 시인 구부정하니
오줌을 누네, 학생들과 같이
빙그레 웃는 게
저지난 해 세상 뜬 마누라
생각하나 보네
좋았던 때 생각하나
둘이서 싸우던 때 생각하나
애기똥풀 웃음 짓네

이제 손가락에 오줌이나 묻히는
쪼글쪼글한 칠십 할아범
지겨운 시
더는 써 무엇하리오
애나 보고 저기
연천에 들어가 닭이나 멕이리

베레모 따위 쓰지 않는
상고머리 노시인
낡은 가죽 가방 옆구리에 끼네
오줌을 다 누었는지





시작 메모
어떤 시인의 시에 따르면 눈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이다. 우리 존재의 전체로서 전혀 결함이 없는 것, 완전한 것이다. 웃음도 우리만이 갖는 값진 것이지만 눈물만 못하다. 눈물은 웃음을 만든 후에 새로이 만든 것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이랜다. 그러나 내 나이 서른도 아니고 마흔도 아니고 칠십이 됐을 때, 눈물은 다 떨어져 찌꺼기만 남아 눈꼽만 달았을 때, 내게 남는 ‘가장 나아종의 것’이 무엇일까? 떠난 사람들 생각 속에 그립고 좋은 시절 떠올리면서 문득 짓는 애기똥풀꽃 웃음이 아닐까. 때때로 어떤 웃음은 모든 눈물보다 더욱 값지고 슬프고 엷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