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손이2
윤 한 로
아무도 몰래
돔부콩을 만졌구나
돔부 냄새 가득한 손
육손이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 여섯 개
회초리로
때리니
쳐다보는 얼굴엔
주근깨만
종종종
아얏, 소리 한마디 없어라
시작 메모
몰골은 그야말로 해괴하고 말주변까지 없어 더더거리는데 꼭 쥐는 그 손은 부드러워, 너무나 부드러워서 눈물이 찔끔 나더라. 그렇게 부드러운 손은 난생 처음이더라. 온갖 미움도, 아픔도, 기쁨도, 슬픔도, 똥고집까지 다 무너져버리더라. 부드러워, 하염없이 부드러워 젠장, 똘똘 사린 똥고집까지 다 무너뜨리는 힘 센 손. 삼십년 전 대학 때 문득 어릴 적 ‘튼 손’ 생각이 나 그걸 시로 썼다. 그리고 신춘문예에 냈다. 이제 ‘부드러운 손’에 대해 쓰고 싶다. ‘튼 손’ 저쪽에 ‘부드러움’이 있다면 ‘부드러운 손’ 저쪽엔 ‘쓰라림’이 있을 게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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