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손이
                 윤 한 로

베두렝이 대장
보리밥 고추장 대장
파리 대장
지각 대장 복도 대장
직수굿, 굵은 콧물 대장
촌충 대장
해필이면 손가락 여섯 개
손가락 대장
해금내 대장
가랑비 대장
골짝 마을 서넛 지나
천주쟁이 두개무덤
까마중 대장
염생이 대장 작대기 대장
숯 대장
옹기 대장
빌어먹지 않을 만치




시작 메모
가뜩이나 날도 우중충하고 성질이 날 때가 많다. 좋잖은 자판기 커피 자꾸 뽑아 마시느니 어떤 책보다도 훌륭한 ‘십자가 성요한’의 기도 몇 줄 바치기로 한다. <더 큰 것보다는 더 작은 것을, 더 높은 것보다 더 낮은 것을, 더욱 곤란함으로 더욱 무거움으로> 우리 천주쟁이들, 하느님께서는 숯 굽고 옹기 지으며 스스로 애써 일해서 거칠게 먹고 살라 산골짝에 틀어박았다.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배울 것 못 배우는 게 천주쟁이들에게 주신 한없는 은총이며 축복이구나. 천한 게 가장 값진 것이구나. 울적하더니 반짝 해가 난다. 나 또한 어떻게든 앉고 싶을 땐 서고, 서고 싶을 땐 앉아야 하겠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