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스토리(real story)
                                  윤 한 로

아파트 주차장 여중생 성추행범이 잡혔다
범인은 땅딸막한 사십대 일용노동자로
처자식도 다 거느린 사내였다
해거름쯤 평소와 같이 연장 가방을 챙겨들고
그 일 벌써 새까맣게 잊었겠구나
뒷주머니에 스포츠 신문 한 장 쿡 찔러 넣고
웬일로 좀 일찍 들어온다 싶더니 붙잡혔다, 오든마튼
번짐 처리 얼굴에서
꼭 애 것도 같고 고양이 것도 같고
어찌 보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변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어, 당신들 도대체 뭐야 하며
둬 번 딱 잡아떼다간 갑자기 꼬리를 내린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죄송하다며, 자기가 죽을 죄를 졌다며
싱겁게 실갱이는 끝나고 만다
이윽고 경비실 화단 앞에서 끌려가는
여전히 물크러진 얼굴
약간 휜 걸음에 등산화를 신고
바짓단만큼은 양말 속, 정갈스레 질러 넣었다
이제 별을 달 사내
포승줄 매듭 사이로
파리 한 마리 자꾸만 붙었다 떨어졌다 하더니
어디선가 한 마리 더 데불고 온다
리얼 스토리가 끝난다



시작 메모
곳곳에서 좀스럽고 잡다하고 또 미스테리한 사건들이 넘쳐난다. 이젠 실감나는 일만 찾고 싶다. 24시를 넘기며 빨간 눈으로 바둑을 보다가 실감을 찾아 리얼 스토리를 본다. 25, 26시의 갑갑한 시간대. ‘위험한 초대’와 ‘미스테리 추적’에 광팬이 된다. ‘묘(猫)’도 있다. 생생함을 맛보고 싶다. 거기 인물들은 우리 모습을 쏙 빼닮았다. 입은 거 하며, 말하는 거, 생각하는 거 모두. 어쩌면 짜증스런 변조 목소리까지 닮지 않았나 싶다. 편해지고 배가 부르면서 괜스런 근심, 고통이 자꾸 늘어나는 것 같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