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빗
                 윤 한 로

나 토빗은
낯설고 먼 아시리아 니네베에  
안나와 아들 토비야와 많은 동포들과 함께
포로로 끌려왔다
그러나 나 토빗은
한평생 선을 베풀고 의를 행했다
늘 조심하여 이민족의 음식을 먹지 않았고
고아와 과부들을 돌보았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으며
헐벗은 사람들에겐 입을 것을 주었다
억울하게 죽어 성 밖에 던져진
동포들의 주검을 보면 남몰래 묻어주었다
온 마음과 온 힘을 다 해
죽음을 무릅쓰고 진리를 따랐다
  
애오라지 선만을 바라
뚜욱 하니, 올곧던 토빗

높은 자리에서 떨려나 쫓기는 몸이 되었건만
비록 가난에 지치고 늙어 힘마저 빠졌건만
염소새끼 한 마리
심지어 지푸라기 한 올 넘보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도
끌려 온 불쌍한 백성 생각에 눈물 흘렸다
밥숟가락을 놓고 울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끊임없이 자선을 베풀고
의와 진리의 길을 걷기를
마침내
뜨거운 참새 똥에 두 눈이 멀었으니

꿀처럼 단
토빗의 삶

시작 메모

어떤 주교님 강론을 듣게 되었는데 대뜸 ‘저는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오래간만에 토빗을 읽었습니다.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였다. 집에 와서 성경을 꺼내들고 토빗을 찾아 읽었다. 짧고 단순해서 막바로 읽기로만 친다면 이삼십 분도 채 안 걸렸다. 토빗 이야기는 선행 이야기이다. 토빗에게 선행이란 모든 것, 너무도 당연하고 또 후회 없는 것이다. 뭉클함을 느끼며, 선행은 결코 거추장스러운 일도, 병신스러운 일도 아님을 묵상했다. 토빗의 아내 안나가 토빗에게 묻는다. 도대체 당신이 얻은 게 뭐죠? 참으로 기분 씁쓰레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