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골
                          윤 한 로

봉고차를 타고
구불구불 몇 시간째 들어간다
깊은 산골짝 다락골 성지

순교 성인분 이 세상에
돈도 아니고 몸도 아니고
고작
가는 손목뼈 두 줄 남겼다
왠지
더욱 힘이 되는구나

피고름 묻은 눈 코 입 귀
팔, 다리 놔두고
한갓
끄슬린 머리카락 한 줌만 남겼구나
왠지 더욱
기쁨 샘솟는다

박해 때
불태워 없앤 옛날 천주쟁이 마을

외인 할매 몇
봄볕 길두럭에 죽치고 앉아
줴, 뜯어온 두릅 달래서껀 팔고 있다


시작 메모
청양 다락골 골짜기, 작은 성당과 띄엄띄엄 집 몇 채 있는 마을,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고갯길을 넘어가면 삼십여기 무덤이 나온다. 대원군 병인박해 때 순교한 우리 치명자들 줄무덤 성지이다. 봉분 한기마다 치명자들 열씩, 몇씩 떼로다 묻어 놨다. 살아남은 후손들이 홍주, 공주 감영에서 순교한 치명자들을 밤에 몰래 가서 몇 십리길 지고 메고 와 그렇게 떼로 묻어 놓았다. 착하고 어리숙한 두메산골 천주쟁이들. 그때 얼마나 많이들 가셨는가. 줄무덤을 내려와 성당을 들르면 또 다시 성인들이 남긴 손목뼈와 머리카락 몇 낱 유해 있어, 절로 숙연해져, 장궤하고 눈을 감는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