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윤 한 로

수풀우지 닭집
수풀우지 세탁소, 엿공장

아빠, 그저께 야쿠르트 아줌마랑
우유 아저씨랑 결혼했대요, 헐
그러면?
언덕 위에 그림 같은 집 짓고
서울대 아들 하나
쑥 낳으시래라

사다리꼴 골목 사다리꼴 빌라
사다리꼴 눈
맑은 사람들 동네


시작 메모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가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붙잡고 싸우고 있다. 누가 죽여주는 소설이라고 해서 보는데 지금 너무나 지겹다, 후회막급이다. 우리와는 먹고 입고 자고 살아가는 게 틀린 사람들 이야기라서 그런 것이리라. 남자와 여자가 마구잡이로 만나고 사귀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얘기를 쿤데라는 마치 심오한 철학이나 대발견을 이룩한 듯 삼백 페이지가 넘는 장편으로 짜냈다. 거기서 주인공인 평범한 외과 의사 토마스에게 여자가 이백 명이나 된다니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내겐 수풀우지 우리 동네 야쿠르트 아줌마와 우유 배달 아저씨 결혼이 훨씬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