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방          
    
       윤 한 로

꽃 피고 새 우는
먹빛 간유리 두 쪽 문짝
산처럼 옷은 쌓이고
밤인지 낮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깊은 방
간밤에 또 한 놈 달고 들어왔다
말꼬랑지 머리 묶은
푸르뎅뎅한 년석 한 놈
떡이 됐는데
자꾸만 누가 찾는 걸까
존박의 재즈만
반 미친 듯 몸을 가르며 쏟아진다
워우워우
땡전 한푼 없는 날
바깥은 첫눈이 펄펄 나리고
아아, 우리 같은 놈팡이들
굵은 팔뚝 밤새 개기다 개기다
그저 구겨져 자던
차가운 방


시작 메모
작가 이상이 김유정에게 ‘우리 더 살면 뭐하냐며 같이 죽자’고 했다. 하지만 김유정은 싫다고 했다. 끝끝내 살고자 했다. 그러나 김유정은 폐병이 도져 이상보다 먼저 세상을 뜬다. 피복 공장에 다니는 히스테리 누이한테 얹혀 살면서 갖은 구박을 다 받아내던 김유정. 김유정이 개기던(?) 골방은 언제나 퀴퀴한 냄새에 찌들고, 재떨이와 신문지, 읽다가 집어던진 책과 쓰레기, 개지 않은 이불, 피가래를 쏟던 요강 냄새로 숨막힐 듯하다. 그것들이야말로 병마에 시달리던 김유정을 부득부득 끝까지 살아보게 하던 힘과 사랑이리라. 첫눈이여 내려라. 요절한 천재 작가의 뜨거운 가슴을 샅샅이 핥아라.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