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참외
             윤 한 로

석 석
서리 참외 한 조각 베어먹더니

언년이 눈 마당귀 밤 똥
누렁이란 놈 받아먹고
누렁이란 놈 그예, 흘린 길섶 똥
올망졸망 달렸네
석 달 열흘
명아주, 질경이 억수 덤불
찌는 듯한 더위 뚫곤
잘도 열렸네
두루가리 넘언 산 길
홀태 바짓가랑이 휘적휘적
지게작대기로 헤셔보는
개똥참외 한 무더기

석 석
서리 참외 한 조각 베어먹더니


시작 메모
일본 문화 학자 아나기무네요시는 우리 석굴암의 오묘함에 한국 예술의 숭배자가 됐다. 그런데 다시 시골 구석마다 문짝과 밥상, 궤짝을 짜던 이름없는 우리 장인들에 대해서 또 한 번 무릎을 꿇는다. 그 이들은 자기가 만드는 물건이 반듯하게 갖추어지지 않아도 얼른 마음 쓰지 않고 그렇다고 잘 갖추었다 해도 또 별로 기뻐하지 않고, 그 이들은 만든다기보다 순전히 생겨나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는 쪽은 결국 서양이나 일본이라고 했던가. 이름 없는 우리나라 시골 장공들의 투박한 솜씨로 ‘개똥참외’를 노래하고 싶었는데.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