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윤 한 로
실컷 깨지고 오는 날
낡은 랜드로바 아래
무지막지하게 큰 못난이 그림자
고개 떨군 채
오늘도 왼손 옆구리에 쿡 쑤셔박았다
아, 나는 나를 이 세상에
그 누구보다 사랑하였으니
막걸리 냄새 풍기는 밤
소공원 하늘 위
푸헤헤헤헤
고작, 별 하나 훔친다
시작 메모
오늘도 콘크리트 물결 바다를 가르며 낡은 랜드로바가 끌고 돌아오는 내 검은 실체. 그 무지막지하게 큰 그림자가 사랑스럽다. 어디 니나노 집이나 있으면 막걸리라도 한 사발 죽 들이키련만. 이런 날은 그냥 일찍 들어가얐다. 두 다리 큰 댓자로 쭉 뻗고 형편없는 저질 삼류 드라마에 몸과 마음 온통 맡기자. 훌훌 씻어버리자. 말도 안 되는 것들, 굳이 입을 열어 논하지 말자. 모든 걸 올바르다 생각하고 고맙게 여기며 즐기면 그뿐. 세상은 아직도 깨는 사람보다 깨지는 사람이 더 많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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