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윤 한 로
촌 봄볕
고무래 丁가들 내리쬐네
궤짝 꼬라지 세상
뻐드렁 굽은 가지마다
눈처럼 쌓인 소복 꽃
요, 앞 동강 냇물 활짝 열리고
굴뚝자리 돌아
개똥 보리밭 두럭 잔 돌멩이 밟으며
어이어이 산역들 따라가나
구불구불 산네끼 같은 길
간밤 언년 할망구
옆구리에 밥숟가락 놓았구나
시작 메모
‘달그락 달그락 갓 익은 하얀 특미 수백 공기가 나무에 걸렸다.’ 10년 전 쯤, 연경이라는 애가 쓴 시 첫 구절이다. 해마다 새로 들어오는 애들한테 봄에 대한 시를 써보라고 하면 애들은 꼭꼭 벚꽃을 쓰는데 여태까지 이 ‘하얀 특미 수백 공기’ 시를 넘어서는 구절을 보지 못했다. 내 ‘벚꽃’ 또한 제자 애가 쓴 ‘벚꽃’에 훨씬 못 미치리라. 게다가 내 벚꽃은 목련꽃과 헷갈리지나 않을런지.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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