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윤 한 로

통닭 냄새 밴 해달별 팬션
화장지 한 통 베고 길게 누웠다
깊은 골방 속 괘종시계 치듯
어디선가 소쩍새가 운다
아삼삼 떠오르는 옛날 생각들
눈물 찔끔 나니
불현듯 떨쳐 일어선다
오십보, 오십보 다시 백보를 걸어서
간만에 보는 시골 밤 하늘
산봉우리 끝에 꽉 찬 달, 별도 좋아라
꽁한 마음 뻥 뚫리매
부욱 북 방구 뀌며
논두렁 물로 오줌 한차례 뽑는다
이슬 속, 괘종시계 치듯
여전히 놈이 우는 밤
먼 숙소동 끌고 온 학생 애들은
날밤을 까려는지 깔깔대고

오늘 밤 내 기도는
그만 건너뛰어얐다



시작 메모
저게 무슨 새지요? 소쩍새라고 하는데, 솟적 솟적 울면 풍년이 들고 솟텅텅 솟텅텅 울면 흉년이 드는 새입니다. 아, 솥이 텅텅 빈다는 게로군요. 육십이 다 된 허연 사람이 여태 흔한 우리나라 새 이름 하나 모르다니 좀 챙피했다. 올여름 캠프를 두 번이나 가게 됐는데 갈 때마다 팬션에 누워 있으면 그놈이 울었다. 귀에 익은 애닯은 울음소리를 듣고 있자면 몇 십년 전 옛날 일들이 막 떠올랐다. 강화도 살 때, 안성에서 학교 다닐 때, 연천 살 때. 특히 연천 골짜기에서 재수, 삼수할 때 개공이랑 종재기 쐬주 먹고 집에 오다 논두렁 물에 꼬라박혀 히히히 큰 대자를 하고 듣던 밤새 소리가 바로 저놈이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