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장님
윤 한 로
물 한 잔 드시고
눈을 게슴츠레 뜨시곤
노상
옛날 우리 영등포 시장은
비가 오지 않을 때에도 얼마나 질었는지 몰라
그래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데였거든
참 좋으신 말씀이시다
장화(?)라니
난 또
흐흐흐, 깊으신 말씀이시라
그 말씀에 내 귀를 씻는다
시작 메모
<정읍사>에서 시골 아낙네 하나가 장에 간 남편을 밤늦게까지 기다리다가 달을 보면서 ‘즌데를 드데욜세라’ 걱정하던데, 장 바닥은 원래 땅이 질어서도 질지만, 또 그렇고 그런데 여자들하고 놀아나는 곳이라서 ‘진 데를 디딘다’고 했는가. 머리 허연 쌀집 정회장님께선 만날 때마다 ‘우리 영등포 시장은 아주 질어서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고 자랑처럼 말했다. 그럼 장화도 그렇고 그런데 쓰는 거인가. 멋들어진 덕담(?) 한마디 주신 정회장님께 늘 감사드린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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