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도(奇巖圖)

             윤 한 로


순 쌍놈 이름 갖고 싶소
北자 이름 찢어발겨 七七이가 된
최칠칠 최북

꽃과 짐승과 새와 산과 물을 잘 그렸네
비리비리한 덤불 메추라기들 꼬락서니
그저 좋아
더더욱 잘 그렸네
최산수 최메추라기 최북

언젠간 불쑥
멀쩡한 두 눈이 오히려 죄가 된다오
한 짝 눈 푹 찔러 멀게 하곤
개눈 박은 최북
미천하고 깨끗하기 이를 데 없어라
그 개눈, 마침내

바닷 속에서 막 뛰쳐나온
괴상망칙한 바위 하나
지게작대기로 그린 듯
굵게 굵게 그렸소
까짓거 팔아봐야
저녁 한 끼 밥거리도 안 될틴데

오, 아무도 이길 수 없고
아무나 다 이길 수 있는
최북 최칠칠이

시작 메모
무주에 들르니 김환태 문학관이 있고 바로 최북 미술관이 있다. 문학평론가 김환태는 겨우 알지만 또 저 김홍도, 신윤복은 좀 알지만 최북은 처음이라. 한참을 구경했다. ‘문을 닫고 종일토록 산수화를 그려 아침에 한 폭 팔아 아침밥 먹고 저녁에 한 폭 팔아 저녁밥을 먹네.’(최북을 노래한 조선시대 신광수의 시) 최북, 최산수, 최메추라기, 최칠칠이가 조선 시대, 우리 시대 통틀어 어떤 누구보다 좋았다. 향로봉 향기가 아름답고 남대천 물이 꿈꾸는 듯한 무주가 더더욱 평화스럽고 자유스럽게 느껴졌다. 무주에 또 다시 가리라, 최북 때문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