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
윤 한 로
그래 봤자
마누라
한주먹감밖에 안 되는
석자 세치
쪼맨한 인생
이제 다 내려놓고
순순해질란다
귓가 붉은 콩 혹만
더욱 애린
이순
늑대나 할켜 갈!
시작 메모
이번 섣달 그믐날 밤에 미카엘라와 흑맥주 한 캔 뜯었다. 식탁에 앉아 절은 아몬드 몇 개 놓고 겨우 한 잔 찌그리고 나니 졸립다. 미카엘라는 그새 두 잔이나 찌그렸다. 마누라는 어느새 나보다 술도 더 세고 힘도 더 세고 말도 더 잘 한다. 산도 더 잘 타고 신앙심도 더 깊고 아는 것도 더 많다. 힘으로 떠박다지르면 낸들 당할 재간이 없다. 두어해 지나면 내 나이 육십,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니, 당장 미카엘라 앞에서부텀 순순해져야 하리.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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