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치
윤 한 로
더두
덜도 아닌
꼭 어제만큼 떨어졌네
양재기에 한 홉큼
빨간 알갱이들
꼭두새벽 이슬 머금어
좀 시금털털하쟤
아버지 오입 가 돌아오지 않는
된 밤, 파랗게 걷히고
* 이스라치 : 산앵두나무 열매.
시작 메모
붉은 버찌 알알이 깔린 아스팔트 언덕길을 오른다. 빗자루에 쓸리고 애들 발에 그렇게 짓밟히고 차바퀴에 으스러졌을 텐데 또 다시 어제만큼 깔렸다. 언제나 출근길은 화가 나지만 이것들로 참을 수 있다. 이 도시에서 이슬맺힌 버찌 언덕길은 내 마음에 ‘이스라치 깔린 산길’이다. 백석 시를 읽고 거기서 처음으로 이스라치라는 아름다운 말을 알았는데, 그 기쁨이란. 이슬이니 아침이니 거기에 조라치니 작것이니.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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