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윤 한 로

어디가, 성님
간만이구나

요한이가 길바닥에 동화책이랍시고
몇 묶음 내다놓고 팔길래
뭐랄까? 할매들 시장 모퉁이에 쑥갓이니
시금치 나부랭이니 팔드키

쓰라구
만원을 주자니 성인 같고
천원을 주자니 시인 같아 보이고
얼마를 줘야 하나
오천원을 주고 나니
내 맘 다 비운 것 같구나

일전에 개천 공공근로에 나갔다간
왜 또 유리조각을 밟아 다치지 않았다냐

비록 남들보다 덜떨어지지만서도
전례도 하고 복사도 서고 지역에 방범도 나가고
출석율 하나만큼은 백퍼센트라! 요한이,

웬만한 인간들
한 트럭보다 훨씬 나아

가끔 여자가 그리운지
이 누님, 저 누님
일요일이면 자전거 타고 여의도 가자데

시작 메모
무제로 처음 써 본다. 무제1, 무제2 하고 계속 써 먹겠다. 사는 거고, 보는 거고, 놀고 있는 거고 다 무제 아닌가. 죄다 들어맞는다. 하, 여태까지 이 사람들이 왜 무제를 쓰나 했더니. 똑똑한 이들 얘기보다는 요한이 얘기를 조금 빌렸다. 설마 성사 거리는 아니리.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