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윤 한 로

멧비둘기란 놈은
괜히 괙괙 울고

어머니와 단 둘이
따작밭두럭
꽁당보리밥 한 덩어리
물 말아 먹는다

새파란 하늘
흰 구름 천천히 떠가는 날

두개무덤 동규처럼
작약이나 키울라요
앙고라 토끼나 멕일라요

공부고 지랄이고
후레자슥 되기로 한

아, 여름 날
뭉게구름


시작 메모
재수생, 삼수생은 내 우상이었다. 검은 가죽 가방 옆구리에 끼고 장발에 청자 한 대 때리던 선배들, 고뇌에 가득 찬 종로 청춘들. 나한테는 학문이나 공부는 영 아니었고 다른 일들은 다 좋았다. 술을 마시거나 잡기를 하거나 고기를 잡거나 산비탈에 잔대나 도라지를 캐거나 진주조개를 키우거나 토끼를 먹이거나 하고 싶었다. 어머니와 둘이 연천 구석에 틀어박혀 농사나 짓고 싶었다. 난 대학에 계속 떨어졌고 바라던 뜻(?)을 이루었다. 재수생, 삼수생이 된 게다. 어찌 보면 당연히 가야할 곳, 가장 자연으로 돌아 간 게다. ‘잘 나갈 필요도 없어라. 그저 남들 하는 만큼만 따라 간다’ 이러면 되잖는가. 언제나 술 고프고 배 고프고 담배 고프던 시절, 재수 삼수를 하고서도 시험에 떨어지던 여름, 시골 구석 새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은 어찌 그리 아름답던지.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