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
윤 한 로
꼭두새벽 시퍼런 이슬
바짓가랑이에 묻힌 채 휘딱,
호박 구덩이 한 행보하곤
개다리 소반 위
그 좋아하는 씀바귀 반찬
새우젓 종재기도
다 둘러메 엎었네
붉단풍잎 한 장 같은 어머닌
마음이 마음이 아닐 터인데
허연 밥알갱이만
곱디 곱게 쓸어담고 앉았다오
복(福)도, 복(福)도,
이빨 빠진 사발 가득 지지리도 많더라
시작 메모
살면서 아버지가 엎어버린 밥상만 해도 수십, 수백 차례다. 술에 취한 날보다 술에 쥐하지 않고 멀쩡한 날 바깥을 휘딱 돌고 들어오는 그 서슬은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정성껏 차려놓은 밥상을 냅다 들러 엎는데, 쏟아진 밥 알캥이, 반찬 찌그러기 천천히 쓸어담는 어머니 모습은 가을 단풍잎보다 더 붉었다. 원래가 지지리도 없으라고 생긴 것이 ‘복’이더라.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SPONSO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