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윤 한 로

듣그럽다
하나, 둘, 서이
또 하나, 둘, 서이
그 많던 말 다 버리고
전복죽 냄새나 풍긴다

해도, 달도, 별도
아닐기고
꽃 피고, 새 울고, 시냇물 흐르는 건
더더욱 아닐기고
아버지도, 엄마도, 강출이도
아닐기고

앗따, 담배 말요
바가지 말요
화투 말요
아니랜다 그럼
그년 말요

맞댄다 맞댄다
활활 아궁이에 불 때듯 눈을 하고
손뼉 치며
눈물 한 방울 글썽 맨들은 채


시작 메모
책꽂이 한가운데 꽂아놓고 기분 꿀꿀한 밤이면 들척이는 ‘한국전래동요’ ‘임방울 토끼타령’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렇게 쉽고 좋은 책들을 만났다. 쓱 훑어보기만 해도 읽는 걸 넘어 울컥, 쓰고 싶다. 글은 맑고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어수룩한 마음인 게다. 이번 시에도 그런 마음 잘 담겼을까. 자신 없지만 아무튼 내 시가 가는 곳도 그곳이다. 상상력도 아니고 날카로운 지성도 아니고, 섬세한 감성도 아니고. 암.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