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호프 화장실
윤 한 로
재호야, 승명아 꿀꿀한가
소맥으로 입가심을 하더니 82 둘
끝내 꼬장을 피운다
좀 늦었구나
주방 옆 녹슨 철문을 밀친다
비칠거리며
고무 대야 따위를 건너뛰어
두세 번 꺾어 오르는 층계참
절묘하다
남부정육식당 남부호프커피다방
이렇게 한 화장실로 통할 줄이야
사다리꼴 구조의 긴 끝이여
방금 누군가 꽂아놓고 간 키가
뜨듯하다
시대의 아픔이 흘리고 간
먼 학번들
한때 시를 쓰고 운동을 하고
밥먹듯 합숙을 했었지
지긋지긋하고나
수돗물에 머리를 빤다
이제 그자들 홀로 남기고 집에 가리
조용히
시작 메모
그날 82 둘한테 엮였다. 2차로 굳이 지하 호프집을 찾아가야 한대나. 꾀죄죄하고 퀘퀘하고 곰팡내 나는 바로 이것들이 우리 추억의 골자이므로. 그런데 팔이들아 약속 하나 하자. 더 이상 우리, 시를 논하거나 시대를 논하거나 진실을 논하거나 따위고만 하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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