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름
              윤 한 로


사촌이 땅을 사 배가 아픈감
처갓집 복 지지리도 없는가
염생이 낯을 한 자들에
애숭이들까지 덩달아 올챙이 배 걷어붙였다
지게작대기며 고리짝이며 괭이서껀 팽겨치곤
씨근덕대는 불두덩 쌍놈 씨름에
겨운 시름 몽조리 잊었구나
산네끼 댓발은 빠져들었구나
하나같이 콕 콕 찍어 바른 듯
먹물 눈알도 좋거니와
윗목에서는 막 메다꽂아라 소리지르는 서방
아래뜸에선 땅바닥에 손짚어 놀래자빠지는 총각놈까지
주둥이 벌려 깍 깍 우짖느니
까마귀처럼 무슨 누메 거위처럼 그렸구랴, 좋다마는
와중, 떡하니 벗어놓은 장정 신발 두 켤레라
맘에 걸리게끔, 가히 일품 해학이려니
옳다구나, 벌컥벌컥 옹달샘 물이라도 퍼마셔라 이겐가

울가망 방구석 김홍도
손구락 봉창 구멍으로 쌍놈 짓거리 낱낱 미어져라 훔쳐보매
그 메주 같은 재주 저래, 떨쳤구나


* 씨름 :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가 그린 그림

시작 메모
김홍도 ‘씨름’에는 산도 없고 들도 없고, 개울 한 줄기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지만, 바람 소리 물 소리 새 소리, 우거진 나뭇잎들 싱그럽다. 그게 너무 기쁘고녀. 인터넷을 뒤졌더니 어떤 이 해석하기를 이 그림은 신선 사상을 나타낸 그림인데, 신선들을 씨름 구경꾼으로 바꿔놓은 거라 하며, 줄줄 그 어조가 득의양양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