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윤 한 로

해야 솟아라
동에 동산 보리 밭고랑
질컥질컥 똥장군 지던 힘으로
우둘투둘 피마자 끝 이슬뱅이 힘으로
안짱다리 굵은 땀 눈물범벅 힘으로
곰배팔에 새앙 손에, 말간 사팔 힘으로
느릅나무 껍데기 허구한 날 벗겨먹던 힘으로
지게작대기에 대이구 두들겨 맞던 힘으로
접시 물에 코나 박고 칵, 빠져 죽을라던 힘으로
퉤퉤, 시린 손 발 옹그려 봉당 바닥 산네끼 꼬던 힘으로
평생 요 모양 요 꼴 쪽박 힘으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힘으로
썩은 추녀 끝 뚝뚝 듣는 지스락 물 한 바가지 힘으로
노래기 냄새 고약스런 힘으로
돼지울 꾸중물 고랑 백도라지 홍도라지
청도라지 이쁜 힘으로
가진 거란 개 코도 없는 쥐뿔 힘으로
개여울 송사리에 불알 땡금줄 깨물리던 힘으로
장땡 잡는 사구 다시, 세 끗 힘으로
잘난 놈이고 못난 눔이고 따라지고
다 똑같이 가는 힘으로
노고지리 노고지리
해야 솟아라
저런 저런 죽일 놈 있나
잘 헌다! 추어주는 힘으로


시작 메모
어먼네는 동우 이고 아번네는 노구 지고 노고지리 노고지리 노고지리. 토끼란 놈 발 떨며 귀 떨며 앞발을 번쩍, 촐랑촐랑 노니는구나. 붙여먹을 땅 뙈기 한 평 없고  빌어먹을 집구석 한 간 없어, 사내 등에 솥단지 지고 계집 머리엔 동이 이고 바람부는 대로 발길 흐르는 대로 아무 데나 버들가지 찢기듯 찢기는 인생, 노고지리 노고지리 별주부가에 퇴끼란 놈 아주 좋댄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