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도깨비
윤 한 로
지난 밤
씨름하며
열심히 쓴 곳
아침에 뜯어보니
영, 딴 판일세
난장질일세
시(詩) 독갑질 떨었구나
썩은 새끼줄에 칭칭 동인 듯
낯 뜨거워라
시작 메모
홍두깨니 신짝이니 빗자루니 몇 십 년 묵으면 사람 마음 배고 때가 묻어 도깨비가 된다던데. 밤중만치 괜 사람 홀리고 붙잡아 노래시키고 얘기시키고 길 막고 씨름 하자 든다던데. 시란 것도 몇 십 년 깔짝거리다 보면, 자기 시가 자기한테 씨름하자 들고 홀리려 들고 밤새 쿵쾅거리며 구들 돌 던지고 묶어놓고 요강 단지며 선반이며 솥뚜껑이며 깨부수고 난장판을 치는 데야. 도깨비보다 더하면 더했지.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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