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사
              윤 한 로


구운몽 속에 나오는
양소유와
팔선녀와
구름 이렇게 해서 즤네들을
양팔구라 했는데
그중 어리뻥뻥한 척, 구름이 가장 셌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구름은
애초 공부랑은 담을 쌓았으며
밥 먹듯 지각하고 담배 피고
출석부로 얻어맞고
근신 정학도 몇 개 먹되
감성은 여렸는지라 놀아도
시 하나만큼 기막히게 잘 썼더랬지
쉬는 시간이면 양소유 등에 업고
전 교실과 복도를 누비며
두둥실,
삼년 동안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린 그 구름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황혼에 물든 화장실 대걸레처럼 외로워라

아무튼 우리 걔네들 놔둡시다요




시작 메모
신경질적 기교나 지적 완성보다 그 작가의 심성만 읽어라. 느네들, 맑고 정겨운 마음만 표현하라. 그리곤 다른 거 다 버리라고 열변을 토한다. 으스스, 꽃샘 추위에 아랫도리가 시리다. 내가 생각해도 오늘 수업은 몹시 대견타. 손가락을 물어뜯고 팔뚝에 손을 댄 애들이 눈에 띈다. 이제 시인이나 순수 문학보다 추리 소설 작가를 꿈꾸는 애들도 심심잖게 많다. 양팔구 속에 구름같이 외로운 그 애들, 오히려 티없이 맑고 때묻지 않아서 일게다. 그러나 앞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손가락은 물어뜯지 말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