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에 부쳐

                     윤 한 로

남신의주 유동에 있는 박시봉씨 집
백석 선생, 바람벽 홀아비로 사글세 살며
이제 시는 안 나오고 밑천도 바닥나고
서글프고 처량타는 신세타령 겸
넋두리 한 자락
그걸 아주 대수났구나
고매한 정신이니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니 해가며
최고 시로 치는 권력(?) 있어
즈이가 딱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걸
아예 즤네랑 비스름하다 생각했는지
괴이쩍게 끌어다 두드려 맞췄구나들
선생 살아계시면 좋아하실까?
어렸을 적 먹고 자고 냄새 맡고
개니빠디 활활 태우고
도야지 산네끼에 둥구재벼 오고
밤이면 넓적다리 잘망하게 오줌 싸고
독갑이 갖은 난장 뻐들며 뛰놀던 코흘릴 적
아름다운 노래 죄다 별 볼일 없다는겨
욕먹어야 한다는겨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 백석 시인 시

시작 메모
백석 선생 시를 좋아하는 학생들, 선생들, 시인들 많다. 나도 그중 하나인데 요즘 선생 시를 훼손코자 하는 부류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 따로 시 한편 썼다. 아주 기품이 있고 고매하신 분들이 자꾸 ‘남신의주박시봉방’ 시를 최고로 치며 그러는데, 그렇다면 그 넋두리와 아주 딴판인 어렸을 적 아름답게 뛰놀던 마음과 노래들은 다 죽이겠다는 게다. 그건 좀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썼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