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윤 한 로


옛날
홍명희 선생이 쓴 임꺽정에
쇠도리깨 도둑 곽오주가 나오는데
이 오주가 도둑되기 전 머슴 살 때던가
장에 지게지고 쌀팔라 갔다 오단
산적 놈을 만났겠다
한바탕 씨름을 벌이다 말고설라무네
얘, 우리 좀 이따가 하자 하더니
두말없이 바지를 까뭉개곤
끄응, 길섶 똥 한 삼태기 싸 놓더라아
눈까정 찌긋째긋거리는데
산적 놈 그만 어이없어
쇠새끼, 엄청 구리구나

그때부턴 우리나라 길섶마다 민들레
별처럼 쏟아진 게로다





시작 메모
이상이 쓴 수필 ‘권태’에서, 한 무리 시골 아이들이 길에 앉아 똥 누기 놀이를 한다. 한 놈이 일어나고 다음 놈이 일어나고, 또 다음 놈이 주른히 일어나는데, 끝까지 일어나지 않는 놈이 하나 있다. 먹은 게 없어 나올 게 없는 게다. 나는 그걸 시로다 쓰고, 마지막에 그 애가 ‘가난을 누네, 파란 저녁 연기를 누네’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 곽오주는 또 민들레를 누는구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