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윤 한 로


제 아무리 영계라도 목숨은 질기다
모가지 비틀어 움켜쥔 두 손아귀 가득
쉬 죽질 않는다 놓질 않는다
물치똥 확 갈기는 꽁무니하며
때쯤, 붉은 쭉정이 볏 맨드라미처럼
활짝 곤두세우는 데야
허공 깊숙, 갈쿠리 발톱 틀어박는 데야
뻗을 듯 버팅기는 연약한 힘 푸르뎅뎅
명줄이야말로 손아귀 가득 시리옵고나
누굴 탄하랴
저 빙신이 같은 단추 누깔마저
아무 데, 아무 곳 바라지 않는구나

풀보다 가여운 닭

동규가 가르쳐 주는데
얀마, 닭은 그게 아녀라
회초리로다 요렇게 요렇게
날개 죽지 아랠 한방만 후려치면
곧바로 간댄다

염병할 자식이, 뭘 먹었는지 말도 길다




시작 메모
요즘은 쓸모없고 재능 없고 열정 없고 성실성 없고 별 볼일 없고, 가진 거 없으면 가진 집 없으면 배운 거 없으면 거기에 키까지 작으면, 할 말이 없으면 나중에는 착하다 한댄다. 그러니까 착하면 빙신이 같은가. 여기저기 자기계발서들은 자기계발자들은 자기계발 프로그램 프로젝트들은, 풀 같고 닭 같고 메기 같고 못나고 착한 우리를 왜 못살게 구는가. 우리를 봐라. 우리를 유심히 보면 우리도 자기들을 빤히 보고 있는지 잘 알 테니.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